[글마당] 서 있는 것이 기적
그녀가 아프다 그것도 아주 많이 평생 타인만을 의식하며 살아온 그녀 조그만 심장 안에 검푸른 슬픔이 보라색 아픔이 깊은 골로 남아있다 오랜 세월 태풍도 번개도 견뎌내고 경계를 늦추지 않던 그 심장 단단하다 흐물거린다 이제 시들하다 슬쩍 그녀 곁에 앉아 내 심장을 그녀 위에 포갠다 슬픔이 타닥타닥 타오르며 용암인지 강물인지 흘러내린다 푸른 녹즙이 녹아내린다 ‘너는 충분히 사랑스러워’ 그녀가 흔들거린다 견고하고 거룩한 여린 꽃대가 그 속에 서 있다 정명숙 / 시인글마당 기적 보라색 아픔